세종 일대 아파트 모습. [주택경제신문 DB]
최근 5년간 국내 10대 건설사 현장에서 113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건설 현장의 안전 실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이 20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0대 건설사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총 113명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22명 수준으로, 올해도 1~7월 사이 1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대우건설(20명)이었다.
이어 현대건설(19명), HDC현대산업개발(18명), 현대엔지니어링(14명), 포스코이앤씨(13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에만 6명이 사망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2143억원)을 기준으로 추산한 과징금 규모가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최근 2년간 9명이 숨졌는데,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과징금 하한선인 30억원 부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재해 사망률은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이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은 0.39명으로, 일본(0.12명), 독일(0.11명), 영국(0.03명)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0.29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건설 현장은 여전히 OECD 주요국 중 가장 위험한 현장으로 꼽히고 있다.
정 의원은 “안전 투자를 비용이 아닌 기업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사망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단순한 사망자 수치만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마다 공사 규모와 위험도가 다른데 단순 누적 숫자로만 순위를 매기면 과도한 낙인효과가 우려된다”며 “사망사고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안전 투자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 관리가 강화되면서 산재 발생 건수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 브랜드 경쟁력 못지않게 안전 관리가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라며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안전’에 민감해지는 만큼 건설사가 안전 관리에 실패하면 재무적·평판적 손실을 동시에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