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가 9월 들어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6·27 대출 규제 이후 급감하던 거래는 성동·마포 등 비강남 한강벨트 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며, ‘규제 전에 사두자’는 선취매 심리가 고가 구간(15억~30억)을 중심으로 거래비중을 끌어올렸다.
반면 강남3구 초고가(30억 이상)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9·7 대책에 포함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40%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권한 확대가 하반기 서울 시장의 방향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라고 분석한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5186건 중 15억 초과 거래는 1070건(21.1%)으로 집계됐다.
8월(17.0%) 대비 4.1%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두 달 만의 반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규제 전 선점 수요의 결과”로 해석한다. 6·27 대출규제로 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되자, 현금 보유 비중이 높은 중고가 실수요층이 대출 강화 이전에 거래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9억 이하 거래 비중은 42.6%로 떨어져 6·2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7% 상승했으며, 특히 성동·마포·강동 등 비강남권 한강벨트 지역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한강벨트 일대에서는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성동구 금호동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 전용 59.9㎡는 지난달 말 20억5000만원,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1단지’ 전용 59.9㎡는 21억5000만원에 거래돼 각각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같은 흐름은 규제의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강남3구와 용산이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비강남권 프라임 축(마·용·성·광)이 대체재로 부상했고, 한강 조망권 단지를 중심으로 유동성이 집중됐다. 신고가 소식이 잇따르면서 매수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실거래로 이어지는 ‘심리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변수도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9·7 대책에는 규제지역 LTV 상한을 50%에서 40%로 낮추고,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를 2억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국토부 장관이 단일 시·도 내에서도 토허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한강벨트가 새로운 규제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정 전 막차 수요’가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토허구역은 전세를 끼고 매수할 수 없고,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는 강력한 규제다. 지정 시 단기적으로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경직되는 반면, 인접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풍선효과’가 반복돼왔다. 실제로 KDI 연구에 따르면 토허구역 지정 후 5㎞ 이내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히려 더 많이 오르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한편, 외국인 수요의 집중 현상도 한강벨트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준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보유한 외국인은 미국인(5678채)으로, 이 중 63%가 한강벨트(강남3구+마·용·성·광)에 몰려 있었다. 이어 중국(2536채), 캐나다(1,831채) 순이었으며, 국세청 조사 결과 외국인 편법 취득자 중 40%가 한국계(‘검은 머리 외국인’)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교포 중심의 외국인 수요가 프라임 입지의 고가 아파트 시장을 떠받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4분기 서울 아파트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요인으로 ▲토허구역 확대 범위와 속도 ▲추가 규제지역 지정 여부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유입 ▲외국인 매집 흐름 ▲공공택지 공급속도 등을 꼽는다.
특히 미국발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서울→수도권 외곽으로의 온기 확산이 예상되며, 반대로 규제가 과도하게 강화될 경우 거래절벽·단기 급랭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시장은 ‘규제-심리-대체지’의 3단 구조 속에서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정부가 핀셋 규제에 나서더라도, 한강벨트의 유동성과 외국인·교포 수요가 맞물린다면 노·도·강 등 외곽지역으로 온기가 번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관건은 규제의 속도와 강도다"라며 "속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단기 급락과 재급등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