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주택경제신문 DB]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이 5억9000만원을 넘어섰다. 3년 만의 상승 전환이다.
강남3구와 이른바 ‘준강남권’으로 불리는 성동·마포·강서·관악 등 핵심 생활권이 전세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전세시장 전반에 ‘매물 절벽’이 이어지면서, 수도권은 고가 행진과 저가 정체가 공존하는 전형적인 양극화 국면에 들어섰다.
◆ 강남·서초 9억대 전세 ‘정상화’…성동·마포·강서 등 준강남권도 상승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에 제출한 ‘연도별 전세 평균 실거래가’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3억454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 상승했다.
서울은 5억9040만원으로 2.7% 오르며 3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강남3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초구는 9억8550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강남구는 8억8300만원, 송파구는 7억38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학군과 교통, 직주근접성이 결합된 대표적인 ‘전세 선호 지역’으로 여전히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준강남권의 상승도 눈에 띈다.
성동구는 평균 6억9630만원, 마포구는 6억5700만원을 기록했다. 강서구(4억4580만원)는 1년 새 9.5% 상승하며 외곽지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면 강동구(4억9910만원)와 성북구(4억7980만원)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 수도권 ‘극단의 온도차’…과천 8억5천, 평택·안성 2억 미만
경기도의 평균 전세금은 3억4540만원으로 3.1% 상승했다.
이 중 과천시는 8억5880만원으로 무려 16% 급등하며 수도권 최고가를 기록했다.
분당(5억9670만원), 하남(5억2920만원), 용인 수지(4억8530만원)도 강세를 보였으나, 평택(1억9660만원), 안성(1억5490만원)은 여전히 2억원을 밑돌며 뚜렷한 지역 간 격차를 드러냈다.
인천은 2억7080만원으로 1% 상승에 그쳤다.
연수구(3억3740만원)와 서구(2억8990만원)는 상승했지만, 강화군(1억6250만원), 동구(1억7330만원)는 저가대에 머물렀다.
전국 광역시 중에서는 강원도가 1억8450만원으로 전년 대비 7%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 매물 절벽·전세대출 규제·월세 확산 ‘3중 구조’가 상승 불렀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세금 상승의 배경을 △입주물량 감소 △전세대출 규제 강화 △월세 확산이라는 ‘3중 구조’로 진단한다.
올해 수도권 신규 입주 물량은 14만 가구 수준으로, 작년보다 약 25% 줄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4주차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54.4로 4년 만의 최고치다.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뜻으로, 전세 매물이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 규제도 영향을 줬다.
정부가 6·27 대책에서 전세대출보증 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추고,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제한하면서 기존 임대인이 전세 매물을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었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된 셈이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매수 수요가 다시 늘자, 일부 실수요층이 전세로 머물며 시장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정비사업 지연과 재건축 이주수요가 겹친 강남권은 그 여파가 더 크다.
◆ 전문가 “단기 상승 이어지지만 내년 안정 가능성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입주물량이 적어 당분간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내년 수도권 신규 입주가 예고돼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안정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전세대출 규제와 금리 영향이 겹치면서 ‘갭투자형 전세 공급’이 줄었고, 결국 수요자 간 경쟁이 심화된 결과”라며 “향후 금리인하 속도가 빨라지면 매매로 일부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