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단연 ‘건설안전’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산업재해 사고사망 만인율을 근로자 1만 명당 0.39명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산업안전 강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국회는 대형 건설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본격적으로 따져 묻겠다는 방침이다.
◇ 대형 건설사 CEO 줄소환…“안전관리 실효성” 검증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포스코이앤씨,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 수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한다.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상위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포함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건설업계 전체가 심판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위는 이번 국감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 △본사 차원의 안전투자 수준과 실효성 △원청의 하도급 관리 책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개선 실적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일부 CEO는 환경노동위원회에도 중복 출석할 가능성이 커, ‘호통 청문회’식 문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포스코이앤씨, 잇단 사고로 ‘시험대’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는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르며 국감의 ‘대표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4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복선전철 현장 붕괴로 근로자가 숨진 데 이어, 7월에는 경남 의령 고속도로 현장에서 60대 작업자가 천공기에 끼어 사망했다. 불과 일주일 뒤에는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장에서 30대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사했다.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면허 취소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포스코이앤씨는 즉시 그룹 안전혁신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송치영 사장을 신임 대표로 임명하며 안전보건 시스템 전면 개편에 나섰다.
잇따른 사고로 인한 평판 리스크는 이미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상반기 수주액 5조원을 넘기며 업계 2위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송파 한양2차(6800억원), 개포 우성4차(6500억원), 성수2구역(1조7800억원) 등 주요 정비사업 입찰에 연이어 불참했다. 업계에서는 “안전 리스크가 수주 전략까지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비용이 안전보다 우선”…발주 구조의 병폐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 사례를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는 안전보다 공사비가 더 중요한 낙찰 기준이 된다”며 “저가 경쟁을 유도하는 발주 구조가 사고를 반복시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발주처의 안전 책임 강화를 핵심 과제로 포함했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통해 발주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며 “비용 중심의 발주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안전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호통 국감 그쳐선 안 돼”…현장 중심 대책 병행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국감이 ‘건설업계의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는 데 그치지 말고, 발주 구조 개혁과 제도적 실효성을 논의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관리 체계는 단기간에 개선이 어렵다. 인력과 예산 확대가 동반돼야 한다”며 “정부가 현실적 한계를 감안한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이번 국정감사가 보여주기식 ‘호통쇼’로 그치는 데서 그치지 않길 바란다”며, “건설현장의 안전 문제를 일회성 지적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현장 중심의 대책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