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제신문 DB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 축을 담당했던 전세 거래가 절반 가까이 감소하며, 시장의 무게중심이 월세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의 실거주 의무 강화, 갭투자 차단, 전세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전세 씨가 마르는 현상’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직방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은 6093건으로 집계됐다.

전달인 9월(1만731건)보다 43% 줄었고, 3월(1만5253건)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는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5년 전세계약 건수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자치구별 감소폭은 더 극심하다. 강동구는 3월 1362건에서 10월 379건으로 72% 감소했다.

동작구(-68%), 금천·동대문구(-67%), 성동·광진·중구(-62%) 등 25개 구 중 20곳에서 전세계약이 절반 이상 줄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전세 매물이 48개에서 7개만 남았다”, “전세는 사라지고 남은 건 보증금 1000만~2000만 원에 월세 130만~150만 원뿐”이라는 글이 잇따른다.

공급 자체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 3만1790건에서 현재 2만4861건으로 21.8%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5.3%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서울도 64%를 넘겼다. 2021년 43% 수준이던 월세 비중은 2024년 62%, 올해는 65%선까지 올랐다.

강남·서초뿐 아니라 노원·관악 등 중저가 지역에서도 월세 100만 원대가 일반화됐고, 부산·대전·광주 등 일부 광역시는 월세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전세 축소가 시장 자율 변화라기보다는 정책이 만든 결과라고 지적한다.

문윤상 KDI 연구위원은 “전세는 집값을 밀어올린 측면도 있지만, 금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서민 주거를 떠받친 제도였다”며 “규제를 통해 줄일 것이 아니라 적정 규모를 유지하며 관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 집값의 주범으로만 취급되면서 규제가 집중됐지만, 대체 수단 없이 공급만 줄어 임차인 부담이 더 커지는 역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전세 매물 감소와 함께 월세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전세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임대 물량이 줄어든 데다, 향후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월세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유세 인상이나 임대사업자 제도 축소 같은 정책 변수도 집주인의 임대료 전가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임대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월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주거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완 정책 없이 전세만 줄이는 방향은 시장 불균형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