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운정신도시 토지이용계획도. [출처=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의 사전청약 아파트 입주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사업을 추진하던 민간 시행사들이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면서, 2027년 예정이던 입주가 2030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의 ‘심장부’로 꼽히는 운정중앙역 일대 개발이 멈춰서면서 지역사회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 “LH의 고가 경쟁입찰이 사태 원인”
‘운정3지구 사전청약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최근 LH와 국토부에 “LH의 고가 경쟁입찰이 사업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며 책임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비대위는 “공기업인 LH가 주거안정이라는 설립 목적을 망각한 채, 사실상 ‘땅장사’식 고가 매각으로 수익만 추구했다”며 “몰취한 계약금 2351억 원을 파주 지역 공공개발 재원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는 2021년 부동산 호황기 당시 운정3지구 주상복합 및 상업·업무용지 9개 블록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후 낙찰받은 시행사들이 자금난에 부딪히며 잇따라 중도금 납부를 미루거나 포기했고, 사업이 줄줄이 무산됐다.
■ 연쇄 취소…“GTX-A 역세권 핵심기능 마비”
운정3지구 주상복합 1·6블록의 사전청약 계약은 지난 5월 최종 해지됐다.
시행사인 인창개발은 2021년 해당 부지를 7522억 원에 낙찰받았지만, 계약금만 납부한 채 중도금 납부를 이행하지 않았다. LH는 두 차례 최고 통보 후 계약을 해지했고, 계약금 10%인 1181억 원을 몰취했다.
사업이 취소된 1블록(392가구)과 6블록(340가구)은 각각 2027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사업 해지 후에도 인창개발이 5개월간 청약자들에게 통보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됐다. 한 당첨자는 “입주를 믿고 결혼과 출산 계획까지 세웠는데, 이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갈 즈음에나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GTX-A 운정중앙역과 직접 연결되는 ‘초역세권 상업지구’인 만큼, 신도시 전체의 상권 활성화와 교통 연계도 차질을 빚고 있다. 비대위는 “운정3지구의 심장부가 마비됐다”며 “LH가 수익만 챙기고 지역은 피해를 떠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사전청약자 구제책 실효성 낮아”
국토부는 사전청약 취소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 단지 청약을 허용했지만, 대부분의 청약이 이미 종료돼 실질적 구제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다.
한 피해자는 “규제가 풀린 뒤 청약이 가능해졌다지만 이미 파주 지역 주요 단지는 마감된 상태였다”며 “사실상 보상도, 대체 청약도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 비대위 “2351억 지역 환원·피해자 지원 촉구”
비대위는 LH가 몰취한 총 2351억 원의 계약금을 파주시 공공개발 예산으로 전액 환원하고, 피해자 실태조사와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주요 요구사항은 ▲운정중앙역 상업용지 조속한 재매각 및 연계 개발 ▲주택공급규칙 제58조의3 위반 규제책 마련 ▲LH 수입 귀속 방지 및 환원 제도 신설 ▲피해자 지원대책 수립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