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트리니원' 주경 투시도. [삼성물산 제공]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트리니원’ 청약 현장이 주말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으로 최대 20억~3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이 예상되자 ‘현금 부자들’의 쏠림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편에서는 “실수요자는 접근조차 어려운 구조”라며 제도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반포래미안트리니원(반포3주구 재건축)은 전날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230가구 모집에 5만4631명이 몰려 평균 23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84㎡B형으로 531.4대 1에 달했다.
전날 진행된 특별공급에서는 276가구 모집에 2만3861명이 신청, 평균 87대 1로 이미 흥행을 예고했다.
지난 8월 분양한 ‘잠실 르엘’(평균 346대 1)보다는 다소 낮지만, 정부의 9·7 공급대책과 10·15 규제지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청약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이 단지는 분상제 적용으로 전용 59㎡ 분양가가 18억4900만~21억3100만원, 전용 84㎡는 26억3700만~27억4900만원 수준이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지난 6월 72억원(12층)에 실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당첨 시 20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문제는 이러한 분양 구조가 오히려 실수요자에게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0·15대책 이후 2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사실상 현금 완납자만 청약 가능한 구조가 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상제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였지만, 현금 부자만 접근 가능한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며 “결국 부의 양극화만 확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성남 정자동 ‘더샵 분당티에르원’(느티마을3단지 리모델링)도 47가구 모집에 4721명이 신청하며 평균 100.4대 1을 기록했다.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인근 시세 대비 높았음에도 신분당선·수인분당선이 지나는 초역세권 입지 덕분에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분당권 리모델링 단지의 성공이 “살 사람은 산다”는 시장 심리를 다시 입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시세차익을 줄이기 위해 채권입찰제 도입 등 분상제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분양가와 시세 괴리가 20억원 이상 벌어지는 건 시장 왜곡 그 자체”라며 “채권입찰제나 시세연동형 상한제 등 실효성 있는 대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로또 분양은 시세와 괴리가 커져 주변 집값을 자극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