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오션센트럴비즈’ 투시도((주)골드랜드제이앤제이 제공).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준공 시즌에 접어들면서 곳곳에서 잔금 대출이 예고 없이 축소되거나 전면 중단되는 사례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분양 당시 기대했던 금융 조건이 실제 실행 과정에서 뒤틀리자, 수분양자들은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담”을 한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 분양 때는 80~90%라더니…준공 직전 50% 이하

여러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불만은 “분양 당시 안내와 전혀 다른 대출 현실”이다.

수분양자들은 중도금 대출까지 이미 진행된 상황에서, 준공 직전 은행이 “대출 가능 금액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통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전국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소유자 연합회는 오는 26일, 서울 경복궁 일대에서 첫 집단 행동에 나선다.

연합회는 “대출 가능성을 사실상 전제로 한 계약 체결이었는데, 실제 실행 단계에서 기준이 뒤바뀌는 것은 생계 자체를 압박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정부 규제 변화도 아닌데”…금감원 상담에서도 쏟아진 불만

지난달 금융감독원 현장 상담에서도 같은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상담에 참석한 수분양자들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 것도 아닌데 은행이 내부 기준을 손보면서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고 있다”

“중도금이 이미 집행된 이후라 도저히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등의 고충을 털어놨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과도한 조일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을 정부 부처와도 공유하겠다고 설명했다.

■ 문제는 대출만이 아니다…“분양구조 자체에 누적된 위험”

현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금융 규제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 사업장의 분양 과정에서는 상승 여력이 과도하게 반영된 분양가, 임대수익률을 부풀린 마케팅, 확약처럼 들리는 대출 가능성 안내, 등이 수년간 반복돼 왔다는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출이 원활하지 않을 여건이 예상됐음에도 분양은 진행됐고, 수분양자에게 제공된 정보도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종 제한이나 입점 가능성 같은 핵심 정보가 소홀히 전달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 “심사 없이 대출해주고, 마지막 단계에서 틀어막는 구조”

전문가들은 현 사태의 뿌리를 지식산업센터 대출 시스템의 특수성에서 찾는다.

주택과 달리 LTV·DSR 등 금융 건전성 심사가 사실상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투자자도 중도금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최종 잔금 단계에서 은행이 기준을 강화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수분양자에게 넘어온다는 점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지식산업센터 대출 구조는 중도금 단계에서 사전 심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잔금 시점에 기준이 바뀌면 수분양자가 감당할 수 없는 채무가 한꺼번에 쌓이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분양 현장에서 잔금 대출을 ‘거의 확정’처럼 소개하는 관행이 고착화돼 있다”며
“중도금 집행 전부터 차주의 상환 능력을 검증하고, 분양·대행사의 설명 책임도 제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