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령자 특화 주택인 ‘실버스테이’를 민간임대주택 정책의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이번에 풀린 공급 물량은 2000가구로, 시장 판도를 바꾸기에는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먼저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닌, 시니어 주거를 제도권 임대 모델로 고정시키기 위한 정책적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내년 3월까지 총 6000가구 규모의 민간임대주택 공모를 진행한다. 이 가운데 실버스테이는 약 2000가구로 전체 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동안 시범사업 형태로 제한적으로 추진되던 실버스테이를 본 공모 물량에 포함시키며, 사실상 정책형 민간임대의 한 유형으로 공식화한 셈이다.
공급 규모를 놓고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고령화 속도와 연간 주택 공급 규모를 감안하면 2000가구는 상징적 수준에 가깝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만 정부가 민간임대 공모 물량의 상당 부분을 실버스테이에 배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물량 확대를 염두에 둔 ‘기준점’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물량만 보면 작지만, 시장 반응과 사업성을 점검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이번 공모를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으로 신규 수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주택도시기금 출자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이 결합된 구조는 금융 리스크를 크게 낮춰주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당장 현금 흐름과 수주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대형 건설사들의 접근은 보다 전략적이다. 실버스테이를 단순 임대 사업이 아닌,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신사업 테스트베드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단순 시공을 넘어 운영과 서비스 역량이 결합되는 구조인 만큼, 향후 시니어 하우징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경험과 레퍼런스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수익성은 여전히 가장 큰 과제다. 최근 3년간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30% 이상 급등했지만, 실버스테이는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초기 임대료 역시 시세 대비 낮게 책정되는 구조여서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안정성은 있지만 일반 민간임대나 분양 사업과 같은 수익 모델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신중한 시각을 보인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실버스테이는 정책 목적이 강한 사업인 만큼 단기 수익성보다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운영 비용과 서비스 수준에 따라 손익 구조가 크게 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