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에 위치한 청년주택 공사 현장 [사진=송이 기자]
2026년을 맞은 건설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인공지능)다.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필수 인프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 속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현장 인력은 고령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대재해 처벌 강화로 안전 관리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은 기존의 사람 중심 시공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기를 조금 늘려서라도 사람을 투입하면 해결됐지만, 지금은 그 방식 자체가 위험해졌다”며 “AI는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고·지연·분쟁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
◆ 입찰·시공·관리까지…AI, 건설 업무 한복판으로
이 같은 변화의 대표 사례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AI 네이티브 건설사’를 선언하고 입찰, 계약, 시공, 프로젝트 관리 전 과정을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입찰 제안서를 자동 분석해 리스크를 걸러내고, 계약 단계에서 법무·조건상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는 등 의사결정 보조 영역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혔다. 현장 데이터 역시 통합 분석해 공정·원가·품질 이상 신호를 조기에 포착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AI를 단순히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키우고 있다”며 “기술 시연보다 실무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핵심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AI를 공정 관리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공동주택 현장에 도입한 리스크 조기탐지 시스템은 공정·인력·자재·원가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공기 지연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공기 지연은 곧 입주 지연과 분쟁으로 이어진다”며 “AI를 통해 문제가 터진 뒤 대응하는 구조에서, 발생 전에 차단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현대건설의 로봇 현장 점검, GS건설의 AI 시공 기준 검색, DL이앤씨의 디지털 트윈 현장 관리, 롯데건설의 AI 안전 관제 등 주요 건설사들의 AI 활용은 현장 자동화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현장소장은 “경험 많은 사람이 없으면 불안하던 현장이, 이제는 AI가 현장의 기억과 눈 역할을 해준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 전문가 “AI 경쟁력, 곧 수주·분양 경쟁력”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AI 전환이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수익 구조와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AI는 공사비 예측, 안전 관리, 계약 리스크 통제에서 이미 효과가 확인됐다”며 “원가율 관리가 안정되면 분양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BIM 구축 비용, 자동화 장비 도입 부담, 무인 장비의 표준시방서 반영 등 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기술보다 제도가 느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의 인식은 분명하다.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AI를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업무를 맡길 수 있느냐의 경쟁”이라며 “AI 활용 능력이 곧 시공 경쟁력이고, 수주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