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건설시장이 외형적 성장과 구조적 불안정이라는 상반된 흐름 속에 놓였다.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투자와 수주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고용과 산업 기반은 오히려 위축되는 모습이다. 수치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역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2025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계획’ 관련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16%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약 5.4%)보다 낮은 수치로, 서비스업 비중이 90%를 넘는 서울의 산업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건설업 비중이 낮다고 해서 서울 건설산업의 역할이 축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 노후 기반시설 개량 수요가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도시다. 단기 경기 부양 산업이 아니라, 도시 유지·관리 차원의 필수 산업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의 전략적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실제 수주 지표는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기준 서울 건설수주액은 약 32조5000억원으로, 2015년 대비 약 1.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수주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서울에 본사를 둔 건설사들이 전국 수주 금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 건설시장은 여전히 국내 건설산업의 ‘중추’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수주 구조를 들여다보면 위험 신호가 뚜렷하다. 서울 건설수주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훌쩍 넘는 반면, 공공공사 비중은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민간 부동산 경기 변동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미다.
건설산업 분석을 담당하는 한 전문가는 “서울 건설시장은 수주 규모 자체는 크지만, 공공 발주 비중이 낮아 경기 하강 국면에서 충격을 흡수할 장치가 부족하다”며 “민간 부동산 시장이 꺾이면 수주와 고용이 동시에 위축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은 고용 지표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서울 건설업 취업자 수는 약 32만5000명으로, 2015년 대비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건설업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서울 전체 취업자 가운데 건설업 비중도 6% 초반에서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고용 감소가 아니라 인력 구조다. 고령 기능인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청년층 유입은 제한적이다. 현장 노동 강도, 불안정한 고용 구조, 장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건설산업 연구기관 관계자는 “서울은 고난도 정비사업이 많은 만큼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청년층 유입이 끊기면 기술 전승이 단절되고, 중장기적으로는 현장 생산성 저하와 품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이 서울 건설산업이 ‘양적 성장’ 단계에서 ‘질적 전환’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수주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공공공사에서의 지역업체 참여 확대, 숙련 기능인 배치 기준 강화, 고용 안정성 제고 등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울 건설산업은 이제 얼마나 많이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유지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느냐의 문제로 넘어왔다”며 “공정성, 고용 구조, 산업 생태계를 함께 고려한 정책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주 규모와 무관하게 산업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