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랴부랴 꺼내 든 ‘수도이전’ 카드, 서울집값 안정과의 관계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 승인 2020.08.09 17:34 | 최종 수정 2020.08.09 18:43 의견 0

최근 서울집값의 고공행진, 각종 부동산 정책 실패로 연일 원성을 사고 있는 정부가 부랴부랴 ‘수도이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도이전 카드를 꺼내들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세종시 아파트 호가가 많게는 2억까지 올랐다. 언제나 그렇듯 정부의 갑작스러운 호재 발표는 항상 효과가 좋은듯하다.

대한민국 5천만 국민 중 천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서울에 살고 있고 대한민국 총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태로 현재 한국은 수도권 과밀화가 심한 상태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과하게 몰린 인구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수도이전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대한민국의 오랜 과제였다.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이 행정수도 건설 구상을 밝히며 2년을 연구한 끝에 1979년 충청남도 공주군 장기면(현 세종시 장군면)을 임시행정수도로 확정지었으나 그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 채 정권이 끝나버렸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도이전에 대한 논의는 거의 항상 있어왔다. 수도 이전은 서울 인구 과밀 해소와 안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꺼내놓은 수도이전이라는 정책은 이전의 수도이전 정책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수도이전 그 자체를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기보다는 서울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들고 나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만약 현 정부가 수도이전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그 필요성을 절감하였다면 정권 초기부터 수도이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수도이전으로 서울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청와대와 국회 이전만으로는 집값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집값을 높이는 요인은 청와대와 국회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값에는 수도 기능보다는 경제, 문화, 교육, 교통을 비롯한 수준 높은 인프라가 더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외국에는 행정수도와 경제수도가 나뉜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의 뉴욕과 호주의 시드니가 대표적이다. 백악관이 워싱턴 D.C.에 있다고 뉴욕에 갈 사람들이 워싱턴에 집을 사지는 않는다.

게다가 수도이전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요 몇 년 사이 국가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수도이전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수도이전은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이다. 이 중대한 사안을 그저 집값 상승을 무마하기 위해, 부동산으로 등 돌리는 민심이 속출하는 이 시점에 국면전환을 위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서 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면 다시 고이 넣어두고 전 정권들이 왜 수도이전을 추진하려 했는지를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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