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와대 인사의 새로운 기준, 1주택자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 승인 2020.08.21 11:54 | 최종 수정 2020.08.22 03:23 의견 0
[사진=김유진 기자]
[사진=김유진 기자]

8월 초,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사표를 냈다. 이들은 청와대 핵심 참모들로 이처럼 일괄사표를 제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참모들의 사의 표명이 ‘최근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와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보유 논란이 사표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때리기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는 와중에 청와대 핵심 참모 중 37%가 다주택자인 것으로 밝혀져 여론이 악화되었다. 악화된 여론을 감지한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참모들에게 6개월 내에 주택을 한 개만 남겨놓고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본인조차도 강남의 아파트 대신 청주의 아파트를 매각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의 언행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청와대 참모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압박이 지속적으로 있었고, 참모들은 ‘권력’과 ‘아파트’ 중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에는 권력을 버리고 아파트를 택해 국민들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학습하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되었다.

13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은 청와대에 남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강남 아파트를 처분하고, 김외숙 인사수석은 부산 해운대구 소재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14일 내정한 청와대 차관급 인사 9명 전원은 1주택자다. 최근 임명된 신임 수석 5명 또한 1주택자로, 이제 청와대 참모진들은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1주택자로 구성되어 다주택자 때리기를 해도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청와대는 이후 “인사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을 선언했다. 다주택 여부가 고위공직자 임명의 주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 배경에 대해 “주거 정의 실현을 위해 고위공직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국민의 보편적 인식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다주택자인 2명도 매물을 내놓고 처분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최근 정세에 따라 인사 기준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선언한 “인사의 뉴노멀”이라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에서도 일을 잘하는 것과 다주택 여부는 관련성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인사 발표 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업무 역량을 중심으로 발탁했다는 말을 덧붙였으나 다주택 보유 여부가 인사의 주요 기준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주택 보유 여부가 인사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자꾸만 ‘다주택자’라는 기준을 개인의 도덕성과 연결하여 심판대에 올린다. 다주택자와 도덕성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은 청와대 인사까지도 좌지우지할 만큼 정치권에서 그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규제가 늘수록 내부 모순도 증가할 확률이 높으므로 향후 이번 사태와 같이 정부 관계자에게 화살이 날아가는 경우, 이를 수습하기 위해 비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가 또다시 생길 수 있다고 내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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