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전히 유효한 2030 세대 ‘내집마련의 꿈’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 승인 2020.08.28 11:03 | 최종 수정 2020.08.28 11:11 의견 0

“만약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 건가요?”

이 질문에 ‘일단 집부터 사고...’라는 생각이 드는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들에게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한국인 출연자들은 모두 집부터 산다고 말한 반면, 외국인 출연자는 그 돈으로 가고 싶었던 곳들을 여행할 거라고 답했다고 한다. 돈이 생기면 일단 집부터 산다는 인식은 한국인에게 거의 DNA처럼 각인되어 공통된 행동으로 발현된다.

돈이 있어도, 돈이 없어도 일단 대출이라도 받아 내집마련부터 하는 관습은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오고 있으며, 지금은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한국인의 공통된 ‘내집마련의 꿈’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1980년대,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디뎠던 그 시절에 한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지만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했다. 그 당시 노후대비를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을 택한 사람들이 많았다.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것을 보며 부동산이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때 집을 산 사람들은 현재 각자 다양한 삶을 살고 있겠지만 최소 집걱정은 안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1980년대 중반부터 30년 가까이 아파트 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부동산 불패 신화를 써내려갔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집값이 불안정해지면서 부동산의 안전성에 의문을 품게 된 사람들이 집값 상승만을 바라보기에는 확실치 못하다 판단하여 다달이 일정한 수입을 챙길 수 있는 전월세, 월세로 전향했다.

마이너스 성장 시대에 사회로 뛰어들어야 하는 지금의 2030 세대들은 어떨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 전반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2030 세대가 수입차의 큰손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내집마련이 어려워진 젊은 세대들이 수입차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대비를 위해 근검절약 정신으로 무장했다면, 2030 세대는 불확실한 미래 대신 현재의 행복에 투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물론 지금의 2030 세대 중에서도 노후대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플렉스’를 추구하는 이들이 대폭 늘어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플렉스는 ‘과시하다, 뽐내다’라는 뜻으로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소비 경향이다.

계층 간 사다리가 있다면 누구나 그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고 싶을 것이다. 내집마련을 하면서도 현재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소비를 할 수 있다면 2030 세대들도 내집마련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집값과 더불어 전셋값까지 고공행진인 요즘,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점점 끊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와중에 화려한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집 대신 값비싼 재화를 소비하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고 있다. 누군가는 ‘노후에 돈 없는 게 제일 서럽다’며 이러한 삶을 손가락질 하기도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인가보다.

그러나 내집마련을 포기하고 명품 소비를 즐기는 젊은이들조차도 목돈이 생기면 무엇을 할 거냐는 물음에 “일단 집부터 사고...”라는 대답을 하는 것에서 ‘내집마련의 꿈’은 2030 세대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알 수 있으며, 과시용 소비 경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오가는 이면에 그들이 제쳐두었던 ‘내 집’에 대한 소망이 이전 세대의 것과는 다른 형태로 잠재되어 있다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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