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투기세력 때려잡아도 나는 강남으로 간다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 승인 2020.09.29 22:52 | 최종 수정 2023.04.24 06:50 의견 0
은마 아파트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
은마 아파트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

‘강남불패신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고로 ‘신화’란 보편적 상징으로 인류의 공통된 심층의식에서 발로된 원형상징의 이야기이다. 강남의 아파트값은 절대로 하락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하나의 신화가 되어 국민들에게 거의 보편적 사실로서 받아들여지면서 강남불패신화라는 참신한 단어가 생겨났다.

강남은 언제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홀로 우뚝 서 사람들에게 굳건한 믿음을 주게 된 것일까?

1990년대 초, 1기 신도시가 개발되던 무렵에 강남은 한 차례 세대교체를 겪었다. 강남에서 자녀 교육을 끝낸 부모들이 낡고 비싼 강남 아파트를 팔고 신도시의 신축아파트로 옮겨갔다. 그 사이 젊은 세대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에 입성했다. 당시에는 강남과 신도시의 아파트 값이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당시 신축이었던 신도시 아파트는 세월이 흘러 어느새 낡은 아파트가 되었고, 강남의 아파트는 그보다 더 낡았지만, 아파트의 나이는 입지 앞에서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즉, 강남불패신화는 입지불변의 법칙과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고자 여러 신도시를 세웠고, 많은 인구가 신도시로 이동했으나 결과적으로 몇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강남의 집값은 여전히 건재하며, 집값 오르는 속도가 빨라 한 번 팔면 다시 사기 힘든 곳이 되었다.

얼마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급등은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하면서 “주부에 이어 젊은 층마저 투기대열에 뛰어들어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사회에 번졌다”고 말했다. 자꾸만 오르는 집값을 지켜보며 더 늦으면 살 수 없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내집장만에 나선 일반 시민들을 투기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작전세력들이 이곳저곳 표적삼아 부동산 사냥을 하고 다닌 탓에 부동산 투기 과열지구가 진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동산 정책을 비웃는 작전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어떤 정책도 뒷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전적으로 정부탓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라고 하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며 국민 간 분열을 부추겼다.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어떤 정책도 뒷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낸 것인지,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뒷북이 되지 않을만한 정책을 만드는 노하우를 익히지 못한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어쨌든 작전세력의 개입을 논하기 이전에 부동산 시장 또한 엄연한 ‘시장’이기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무엇보다도 강남은 그 자체가 프리미엄으로 여겨진다.

투기세력을 때려잡겠다는 선포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하는 다수의 욕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며, 더 부유한 삶을 꿈꾸며 노력하는 이들의 의지를 꺾는 일이다. 이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실행하기에는 몹시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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