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주택이란 없다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 승인 2020.12.20 09:26 | 최종 수정 2021.01.06 16:01 의견 0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경기 화성의 한 임대주택을 방문했다. 이 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준공을 기념해 건설한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다. 가장 큰 평형의 임대보증금이 5~6천만원, 월 임대료는 20만원 전후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의 품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넓고 쾌적한 ‘누구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임대주택이 궁극적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임대주택의 개념은 일반주택에 살기에는 아직 경제적 사정이 빠듯한 주거취약계층이 일반주택으로 가기 전 임시로 거주하는 곳이라는 성질이 강하다.

그런데 정부는 수십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으로 서민들이 전월세나 갭투자로 일반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모조리 날려버리고는 임대주택에 살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에게까지 임대주택에서 살라고 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일반주택으로의 이동을 꿈꾼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욕구에 보탬이 되어주기는커녕 그것을 실현하는 단계를 차례차례 없애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한편, 11월 27일 국토교통부는 내년 2월 19일부터 시행되는 주택법시행령 개정을 발표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분양가상한제 주택 입주자에게 거주의무기간을 2~5년 부여한다. 따라서 입주자는 무조건 실입주해야 하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조합원물건의 경우 이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새아파트에 전월세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조합원물건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얼마나 잘 이루어질지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투기수요 차단 효과를 얻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를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려고 갭투자로 집을 장만하셨던 우리네 부모님들이 정부가 모든 부동산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투기세력이었던가?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얼마 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관리공사(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 연출을 위해 인테리어 등 보수비용에 4290만원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방문한 주택은 주민들이 사는 집과 동떨어진 보여주기식 이벤트였다“며 ”실제 주민들이 살고있는 임대주택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고 입주민들이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LH측은 4290만원에는 공공임대주택 설계공모대전 당선작 모형 제작, 홍보 영상 제작 등에 사용된 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라고 해명하면서 실제 정산 시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국민을 상대로 세금을 써가며 연출극을 펼쳤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8월 완공된 이후 거의 매달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벽면의 곰팡이나 누수 등으로 도저히 입주할 수 없는 부실 시공을 놓고 LH와 시공사의 책임 미루기까지 벌어지고 있어 입주자들의 상황이 매우 난감한 상태다. 게다가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새벽까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밤잠을 설쳤다는 후문도 있다. 주민들에게 미리 양해도 구하지 않고 불편을 끼친 것이다.

현재 해당 임대주택의 1640세대 중 25%인 410가구는 기준을 완화해 모집공고를 냈음에도 비어있고, 복층형의 경우 100가구 중 33가구가 공실, 16m²형은 450가구 중 210가구가 공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임대주택을 모두가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야심 찬 포부와는 다르게 정부가 보여준 임대주택 연출극은 그만한 돈을 들여서 보기 좋게 꾸미지 않으면 결국 살기 좋은 곳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되었다.

임대주택에 살지 않아도 되는 사람까지 집값 상승, 갭투자 금지 등으로 임대주택에 살 수밖에 없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것인지,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으니 정부가 국민들의 심정을 진정으로 헤아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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