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잡는 종합부동산세 폭탄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종합부동산세는 보유세의 일종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소유주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대한민국 곳곳에 떨어진 종부세 폭탄은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얼마 전부터 상가주택과 원룸 건물 소유주들이 상가주택과 원룸을 없애고 상가와 사무실로 용도변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하면 다주택자로 분류돼 종부세 폭탄을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상가주택과 원룸은 청년층과 서민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 종부세 폭탄은 서민의 주거공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홀로 거주하는 32세 A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가 거주하는 주택은 상가주택으로 1층과 2층은 상가로 사용하고 3, 4층은 주택으로 사용했는데 종부세 부담으로 3, 4층마저도 상가로 바꾸려고 기존 세입자를 모두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이사갈 집을 급하게 알아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월세가 너무 오르고 전세도 거의 없어 적당한 집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종부세가 대폭 오를 것으로 예고된 올해 상반기부터 이와 같은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가주택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상가에 딸린 주택을 사무실이나 상가로 용도변경하는 사례가 증가했으며 하반기에는 더 늘었다. 종부세 부담이 크게 강화되자 다주택자와 법인들이 용도변경에 대거 나선 것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다주택자 및 법인의 종부세를 대폭 올렸다.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은 0.6~3.2%에서 1.2~6&로 올랐고, 법인은 6억원 기본공제가 사라지고 최고 세율인 6%를 내야 한다.
그런데 OECD 회원국 중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동산 관련 세금을 크게 올린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네덜란드 등 한국처럼 집값이 많이 오른 선진국들은 오히려 부동산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은 부동산세 감면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50만 파운드 이하의 부동산을 사면 2~5%의 인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서비스업체가 소유한 부동산 재산세도 일시적으로 감면했다.
이탈리아는 호텔, 극장, 식당 등 특정 업종에 물리는 재산세를 7개월간 면제했다. 일본은 소득이 급감한 기업을 대상으로 고정제산세와 도시계획세를 50~100% 감면했다. 네덜란드는 35세 미만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취득세를 면제해주고, 미국 텍사스주는 실거주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의 일부를 영구 감면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여러 선진국이 부동산 조세 완화 정책을 통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소비 진작 효과를 노리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집값이 오르자 투자 수익률을 낮추고 수요를 제한하기 위해 부동산 세금을 올리기도 했는데 적용 범위가 한국에 비해 엄격히 제한된다. 영국은 집값이 비교적 많이 오른 지역에만 취득세율을 올렸고 네덜란드는 거주용 부동산이 아닌 비거주용 부동산에만 세금을 올렸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 못지않게 집값 급등 부작용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이 부동산 세금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과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임대사업자에게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종부세를 부과하면 앞서 본 A씨의 사례처럼 집 없는 사람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을 상대로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면 채용이 줄어 국민 전체에 타격을 주는 것처럼 아직 내집마련이 힘든 사회초년생이나 저소득층에게 월세나 전세로 집을 공급하는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세금을 매겨버리면 그 세금을 감당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고 결국 서민의 주거안정이 위협받는다.
이와 같이 오랫동안 서민들의 주거 공간이 되었던 도심 상가주택과 다세대주택은 한순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정상적인 매매까지 막혀 해당 주택 보유자들은 주택 수를 줄이는 등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6.7만명에게 1조8148억원 부과되던 종부세가 2021년에는 94.7만명에게 5조7000억원이 부과됐다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의 상승 추이와 비교할 때 폭발적인 증가세다.
일부 경우에는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전환하면 1억원에 육박하는 종부세를 1000만원대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주택이 있던 층을 사무실로 개조하고 한 건물 내의 주택 수를 줄이는 작업이 건물마다 한창이다. 주택마다 있는 화장실과 취사시설을 제거해 상가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전환하는 공사를 희망하는 소유주도 많다. 상가주택을 소유하면서 내야 할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을 감안하면 공사 비용 지출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종부세 폭탄으로 인해 이득을 본 유일한 존재는 정부다. 작년에 비해 4조 가까운 종부세를 추가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늘어난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집을 팔아야만 하는 다주택자는 막막하기만 하다. 세입자 신세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녀야 하는 무주택자는 눈앞이 캄캄하다.
저작권자 ⓒ 주택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