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금싸라기 땅...용산 개발의 미래

신혜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9.05 15:52 의견 0
[주택경제신문]


‘용산’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군기지’부터 떠올릴 것이다. 용산기지는 현존하는 대한민국 내 미군 부대 중 가장 오래된 미군 부대이며 서울 도심에 있는 유일한 군사기지다. 한국과 미국이 용산기지의 오산, 평택지역 이전에 합의한 것은 1990년대 노태우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 탓에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용산기지 이전이 추진됐다. 2008년까지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10년 가까이 일정이 미뤄졌다. 그러다가 2017년에 미8군 사령부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을 마무리했고, 용산기지 설비의 95%와 근무 인원의 92%가 평택으로 옮겼다.

그러다가 올해 6월, 용산기지 13번 게이트와 주변 도로 부지가 한국 정부에 반환됐다. 이번에 반환된 부지는 5만1000m²로 용산기지 남쪽 지역을 둘러싼 도로와 인근 출입문 일대다.

오랫동안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기지의 빗장이 풀리면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용산기지 정비창 부지는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 불려온 곳으로 그동안 수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수립됐다가 보류되거나 수정되기를 반복했다.

지난 7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국판 센트럴파크를 품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라는 타이틀로 용산의 새로운 미래를 발표했다. 용산 개발 계획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 오 시장에게는 두 번째 도전이다.

이번에 발표된 국제업무지구 계획은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들이 즐비하며 그 사이를 도심항공모빌리티(UAM)가 달린다. UAM은 인천공항, 김포공항과 연결되며 용산을 거쳐 고속철도(KTX), 수도 광역 급행철도(GTX), 지하철과 연결된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으로 이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실리콘밸리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업무지구를 이루며, 상업시설과 거주지까지 조성돼 ‘직주 혼합 도시’가 된다. 게다가 부지의 50%는 녹지로 조성된다.

용산 개발 계획은 15년간 실패했지만 용산의 가치과 잠재력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정한다. 풍수로 보면 용산은 산을 등지로 물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남산을 등지고, 둔지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한강을 내려다보는 남향이다.

이처럼 용산의 뛰어난 입지 때문에 일본과 미국의 군사기지로 활용됐으며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개발이 쉽지 않았다.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부지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기 위해 용적률과 토지 용도 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입지 규제 최소 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150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전체 부지의 70% 이상은 비주거 용도로 채우고 전체 부지의 40% 내외는 도로, 공원, 학교 등 기반 시설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한다. 토지 용도를 주거용, 산업용 등으로 구분하는 기준을 전면 개편해 복합적 배치를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완성되면 용산은 서울 교통의 중심으로 탈바꿈한다.

사실 용산을 국제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2007년에 처음 발표됐다. 기대가 컸던 탓에 마지막 기회의 땅,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사업 등 수많은 별칭이 뒤따랐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용산 참사 등으로 인해 2013년 사업이 무산됐다.

이후 2018년에 박원순 전 시장이 여의도 용산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서울 전역의 집값이 상승하면서 혼란이 초래됐다. 박 전 시장은 결국 집값 안정을 위해 사업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밝혔다.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용산 부지는 입지적 우수성과 높은 잠재력 때문에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누군가 총대를 메고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보상이 필요한 서부이촌동을 부지에서 제외하고 민간 업체 대신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를 공동 사업 시행자로 지정해 과거 실패 요인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용산 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여러 계획이 수립됐다가 무산되기를 반복했던 만큼 일관성 있는 사업을 꾸준히 밀어붙이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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