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대출 연체율 급등...돈줄 막힌 시행사와 빨간불 켜진 2금융권

신혜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9.11 11:58 의견 0
[주택경제신문 DB]


PF(Project Financing) 대출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평가하여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이다.

미래 가치를 평가해 대출해주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얻어지는 수익금으로 자금을 되돌려 받는다. 주로 경제적 재산성이 높은 부동산 개발 관련 사업에서 PF대출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면서 제2금융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어 부동산 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즉각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2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3년 새 94.3% 급증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카드·캐피탈사 146.8%, 보험사 87.5%, 저축은행 78.8%, 증권사 73.8%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말 부동산 PF 대출 금액이 42조원이었는데 2016년 말 16조7000억원에서 167.5% 증가한 수치다. 보험사 대출채권 총액 대비 PF 대출 비중도 2016년 대비 15.8% 증가했다.

PF 대출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연체 금액 비중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보험사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대비 4.5배 증가했고 금액은 305억원에서 1298억원으로 늘었다.

금융기관들은 PF 대출 연체율 증가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워지자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했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중견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을 경우 신용등급 및 시공능력평가 최상위 시공사의 책임 준공 약정이 있으면 연이율이 1.0%p까지 낮게 책정됐다.

그러나 지금은 재무구조가 최고 수준인 시공사가 특정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려도 이율에 변동이 없을 정도로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신규 대출 조건뿐만 아니라 기존 PF 대출 연장도 엄격해졌다. 문제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더라도 대출이 만기가 돼 연장을 요청하면 신규 대출 때보다 더 많은 서류를 요구하며 현장 실사도 더욱 꼼꼼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PF 대출은 개발 사업에서 발생할 미래 가치를 보고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건설사는 PF 대출을 통해 공사비를 충당한 후 분양수익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건설사업은 주로 규모가 크고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는 만큼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투자에 참여한다.

현물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을 따져 대출이 이루어지는 구조라서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일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미분양이 증가하여 현금 흐름이 막히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최근 고금리, 고물가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일부 지역에 미분양이 속출해 일부 중소 건설사들의 PF 대출 연체 현상이 심화됐다. 특히 경기도, 강원도, 대전, 대구의 연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비은행 업계의 PF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 1분기 국내 증권사 PF 대출 연체 금액은 지난해 말 1232억원에서 올 1분기 1985억원으로 753억원 늘었다. 캐피털 업계도 PF 연체 문제로 기업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축은행도 이 사태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감원이 PF 대출 상황을 조사한 결과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에 2조2000억원의 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이 중 절반 이상을 건전성 정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밝혀져 ‘숨은 부실’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금융기관이 PF 대출을 새로 집행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일부 시행사들은 최고 연이율 17%를 내건 조건에도 자금이 유입되지 않자 신규 사업을 철회하고 비상 경영 체계에 돌입했다.

시행사들 가운데 이미 사업 부지를 확보한 단계에 이른 곳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분양 성과가 좋은 다른 사업장에서 발생한 수익을 끌어다 쓰고 있으며 신규 사업은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789억원이었던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금액이 올해 1분기 1968억원으로 급증했다. 부동산 시황의 악화가 금융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 자금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구조적인 안정성을 보완한 것들이지만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갑작스럽게 끊기면 작은 충격도 강력한 파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자금 경색이 지속될 경우 시행사와 시공사의 연쇄도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업계는 한도 금액 내에서 취급하고 있고 리스크를 꾸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부실 여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분기를 포함한 상반기 연체율 수치를 최종 분석해 결과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장들이 연쇄 디폴트에 빠지게 되면 그 여파는 경제 전반을 잠식할 수 있는 만큼 소프트랜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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