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동산 하락 거래와 거래절벽이 불러온 파장

신혜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11.23 09:21 의견 0


최근 고금리, 고물가로 주택 수요가 끊기면서 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거래절벽과 더불어 올해 4분기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전국 아파트 거래는 1만5540건으로 그중 직전 거래 대비 5% 이상 하락한 거래 비율이 37.7%인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서울에서 이루어진 아파트 거래 건수 322건 중 5% 넘게 하락한 거래는 총 166건으로 51.6%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는 실거래 신고제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대폭 하락거래가 전체 아파트 거래의 과반을 차지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모두 5% 이상 하락거래가 이루어졌던 시기는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8년 4분기였다. 올해 4분기는 그때보다 4~5%p 가량 높은 역대 최고치다.

하락거래가 늘어난 만큼 상승거래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직전 거래 대비 5% 이상 상승거래 비율이 4분기 기준 12.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방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 거래절벽이 형성되어 소위 급매가 아니면 매매되지 않는 하락거래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며 “이러한 경향이 4분기에 더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중개·가구 등 주택·건설 관련 업종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주택 거래량은 41만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만8948건)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다.

특히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8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9%나 줄었다. 2006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공인중개소 폐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에서 918개 중개소가 개업하고 974개 중개소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업한 84곳을 더하면 약 150개소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에도 개업(906)보다 폐업(994)이 많았다.

중개소 폐업수가 개업수를 앞지른 것은 지난 2019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개업이 폐업보다 5000여개 많았다. 하지만 올해 6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폐업이 개업을 앞지른 것이다.

주택 거래가 감소하면서 가구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국내 인테리어·가구업계 1위 한샘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36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3분기 매출도 지난해 동기 같은 기간보다 10.9% 줄었다. 주력인 리모델링과 가구 부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5.1%, 16.3% 감소했다.

TV 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올해는 4년 만의 월드컵이 열리는 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TV를 향한 지갑을 꽉 닫으면서 세계 2위 TV 제조사인 LG전자마저 2~3분기 연속으로 TV 사업에서만 743억원의 적자를 봤다. 세계 1위 삼성전자도 4분기에는 TV 사업에서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가구거리인 서울 마포동 아현동 가구단지 거리도 한산하기만 하다. 이곳에는 60여 점포가 입점해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이곳에 문을 연 곳은 40여 곳뿐이었고 손님이 있는 매장은 1~2곳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액 자산가들은 1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은행 예금에 넣고 있다. 부동산과 더불어 주식시장까지 침체되면서 은행 예금으로 쏠림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강남권 지점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볼 수 없었던 5%대 금리가 적용되자 정기예금으로 향하는 추세”라며 “요즘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정기예금으로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이 몰리는 곳은 예금뿐만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간접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 시장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직접 투자의 위험도를 낮추면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투자 자금이 부동산 펀드로 흐르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 하락과 거래절벽이 불러온 파장이 나비효과처럼 사회 곳곳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하락장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보고 현명한 투자를 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올해 연말까지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돼 부동산 시장이 한동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2030 세대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가 주춤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시장이 계속 침체되면 정부는 당근을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동안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도 금리부담 이상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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