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넘어 마포구·양천구 등 비강남권까지 가격 상승이 확산되며, 2020~2021년 ‘부동산 급등기’ 당시의 고점을 재차 넘어서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마치 4년 전 ‘전국 집값 불장’의 시작점이 서울 한강변에서 촉발됐던 장면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1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6월 둘째 주 서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6% 올라 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 11개구는 평균 0.35% 상승했으며, 송파구는 0.71%로 단일 지역 중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구(0.51%), 강동구(0.50%), 서초구(0.45%)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강북 14개구도 평균 0.16% 올랐고, 성동구(0.47%), 마포구(0.45%), 용산구(0.43%) 등 한강벨트 지역이 중심이 됐다.
그동안 약세였던 노원·강북구도 소폭 상승하며 서울 전역이 모처럼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DSR 앞둔 ‘대출 막차’가 불쏘시개
최근의 집값 반등은 기준금리 인하, DSR 강화 직전 대출 수요 증가, 공급 부족 우려가 맞물리며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작년 10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고,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다. 이는 과거 사례처럼 대출 이자 부담 완화 → 실수요 증가 → 자산시장 자금 유입이라는 구조적 흐름과 맞물리며 집값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더불어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대거 유입됐다.
가산금리 1.5%p를 반영한 미래이자 계산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5월 한 달간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조9964억원 증가해 8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만 4조2316억원에 달했다.
입주물량 '반토막'…공급 감소가 불안심리 키워
공급 측 요인도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4462가구로 올해(4만6710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대비 31.7% 수준이다. 경기도도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이 6만1712가구로 평균의 55%, 인천은 1만4909가구로 평균의 67% 수준에 그친다.
입주 감소는 ‘희소성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 심리를 키우며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다. 신축 아파트 선호와 전세 수급 불안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서울시, 토허제 확대 검토…금융당국은 ‘대출 조이기’
서울시와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시장 안정 대책을 검토 중이다.
오세훈 시장은 “성동구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추가 지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도 지난 12일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국토부, 금융위, 금감원이 참여하는 부동산 시장 점검 TF 회의를 열고,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대출 관리에 착수했다. 6월 16일, 금융위·금감원은 전 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소집한다. NH농협·SC제일은행 등 대출 증가폭이 컸던 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도 예고한 상태다. 특히 고DSR(70~90% 초과) 비중 관리와 전세대출 보증 축소,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 규제도 검토 중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특히 한강변을 따라 형성된 서울의 핵심 입지는 대체제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 성동·광진·마포 같은 비강남 핵심지로 몰리는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