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수도권에서만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9·7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건전성과 조직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LH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만큼 정책 실행력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정부는 매년 27만 가구를 착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공공택지를 민간에 넘기지 않고 LH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공급 구조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불황기 민간이 미분양 우려로 공급을 지연하거나 중단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LH의 재무 여력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LH 부채는 136조997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18.3%에 달한다. 자체 중장기 계획에서도 2027년에는 232.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대규모 신규 착공 물량까지 떠안을 경우 재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조직 여건도 만만치 않다. LH 임직원은 약 8600~8700명 수준으로, 토지 보상부터 설계·시공 관리, 분양까지 전국 단위의 직접 시행을 감당하기에는 인력 과부하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투기 사태와 안전관리 부실로 신뢰가 흔들린 경험도 부담 요인이다.
민간 건설업계는 공급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적정 공사비’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참여하려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만큼 공사비가 확보돼야 한다”며 “마진이 없는 사업엔 참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사비가 낮게 책정될 경우 품질 저하와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업계의 우려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과도하다고 본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LH 아파트도 최근 원가를 높여 짓고 있고, 도급형 민간 아파트 방식으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급형 구조는 시공사가 착공하며 공사비를 조달하고 사후에 정산하는 방식이어서 LH 재무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공공 주도의 직접 시행은 공급 안정성과 공공성 강화라는 장점이 있지만, LH의 재무 구조와 조직 역량을 감안할 때 속도전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결국 민간 건설사의 참여 유인과 공사비 현실화가 병행돼야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