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까지 급증하자, 건설사들이 각종 판촉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골드바 증정부터 자동차 경품, 계약금 대폭 완화, 안심보장제 등 자구책이 쏟아지면서 사실상 ‘미분양 털이 전쟁’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부산·광주 등 지방 주요 미분양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혜택을 내건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 남구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대명센트럴 2차’는 선착순 계약자에게 현금 2000만원 상당의 축하금과 함께 600만원 상당의 10돈짜리 골드바까지 증정하는 파격 혜택을 내걸었다.

이 단지는 2022년 청약 당시 967가구 모집에 244가구만 신청하며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고, 2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상당수 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대구 동구 ‘더 팰리스트 데시앙’은 분양가 변경 시 기존 계약자에게도 소급 적용해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 안심보장제’를 도입하며 미분양 해소에 나섰다. 과거 2010년대 초반 분양 침체기 때 등장했던 안심보장제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경기도 평택 화양지구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은 계약자에게 현금 500만원 축하금과 함께 자동차 경품권까지 제공하는 판촉 행사를 진행 중이다. 계약금 부담을 줄이는 조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전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는 계약금 500만원 정액제에 1개월 내에 분양가의 5%만 납부하도록 문턱을 대폭 낮췄다. 인천 ‘계양롯데캐슬파크시티’도 일부 타입에 대해 계약금을 5%로 완화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은 계속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로 전월 대비 3.5% 증가해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은 2만2872가구로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악성 미분양의 86%는 지방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대구(3075가구)와 부산(2268가구)이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정부도 뒤늦게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미분양 주택 3000가구를 매입하고,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통해 건설사 유동성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세제 혜택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빠진 데다, 매입 물량 자체가 적어 미분양 해소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지방 미분양이 심화되는 건 결국 수요 회복이 더뎌진 데다, 공급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감당이 어려워진 결과”라며 “분양가 인하, 금융 부담 완화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 없이는 단순한 판촉 마케팅만으로는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도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면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앞으로 골드바, 명품 가전, 심지어 해외여행 상품권 등 이전보다 더 자극적인 마케팅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