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강일 대성베르힐 견본주택 외관 [사진=송이 기자]
서울 끝자락 9억대 새 아파트, 고덕강일 청약 시작
분양가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르는 요즘,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선 9억원대 새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다. 고덕강일지구의 마지막 민간 분양 단지인 ‘고덕 강일 대성베르힐’이다.
지난 5월 29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 일정에 돌입한 이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15층, 13개 동, 613가구 규모로 ▲84㎡A 173가구 ▲84㎡B 126가구 ▲84㎡C 130가구 ▲101㎡ 184가구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됐으며, ▲84㎡A형 9억2860만~9억8400만원 ▲84㎡B형 9억1960만~9억7500만원 ▲84㎡C형 9억2660만~9억8200만원 ▲101㎡형 10억6350만~11억2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 주소, 하남 생활권”…입지 논란도
이 단지는 행정구역상 서울시에 속하지만, 위치적으로는 고속도로 하나를 건너면 경기도 하남시 미사신도시와 맞닿아 있어 실생활권이 하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1일 오전 11시경 견본주택 현장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노년의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고덕 강일 대성베르힐 모형도. [사진=송이 기자]
모형도가 설치된 1층 전시 공간 앞은 단지 배치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종종 붐볐고, 84㎡형 유닛에는 방문객들이 거실과 주방 등 공간 구조와 마감재를 꼼꼼히 살피고, 상담석에서는 청약 조건과 옵션 선택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의 표정에서는 기대와 고민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먼저, 분양가 책정이 합리적인 데다 초등학교를 품은 입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김세영 씨는 남편과 함께 유닛을 살펴본 뒤 “신혼집을 알아보는 중인데, 요즘 집값이 너무 올라서 고민이 많았다”며 “여긴 초등학교도 바로 앞이고 새 아파트인데도 생각보다는 가격이 높지 않아서 청약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유닛 내부를 둘러본 뒤 “서울 안에서 이 정도 가격의 새 아파트는 찾기 힘들다”고 말하며 추첨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 홍보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서울에서 84㎡를 9억원대로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실수요자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예를 들어 바로 인근 경기도 하남시 주소지인 ‘미사강변 동원로얄듀크’ 단지의 동일 면적(84㎡) 매매가가 최근 9억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고 고속도로 건너편 서울 주소 단지인 ‘고덕리엔파크 3단지’의 전용 84㎡는 지난 3월 12억원에 실거래됐다.
반면 일부 방문객들은 입지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도 내비쳤다.
강북 지역에 거주한다는 40대 가장은 “아파트 이름은 비록 서울이지만 사실상 생활권은 하남이나 다름없지 않냐”고 반문하며 “직장이 있는 도심까지 거리가 먼 편이라 출퇴근을 생각하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예비 수요자는 “서울에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치고는 가격이 저렴한 건 맞지만 단지 주변 환경이나 생활 편의는 기존 신도시들과 비슷해 보여 고민된다”고 말했다.
단지 바로 앞에 고속도로가 위치해 있어 소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분양 관계자는 “방음벽이 설치돼 있어 대부분 층에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일부 저층 세대는 방음벽이 시야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성남 공군비행장에서의 소음 문제에 대해선 “민항기처럼 빈번히 운항하지 않고, 소음 강도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교육 인프라도 갖춰
고덕 강일 대성베르힐 공사현장 모습. [사진=송이 기자]
고덕 강일 대성베르힐은 전 세대에 개발형 발코니가 적용되며, 피트니스센터, 작은도서관, 어린이집, 어린이케어센터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된다.
단지 앞에는 2029년 3월 개교 예정인 (가칭)강솔초 강현캠퍼스가 들어선다. 학교와 단지는 도로 하나를 두고 맞닿아 있으며, 강명초, 강명중, 강일고를 비롯해 한영외고, 배재고 등도 인근에 있다.
교통 여건은 도보 10분 거리에 지하철 5호선 강일역이 있어 출퇴근 접근성도 무난한 편이다.
주변에는 코스트코, 이마트, 스타필드 하남 같은 대형 쇼핑시설과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아트센터 등 의료·문화 인프라도 고루 갖춰져 있다.
청약 일정은 6월 2일 특별공급, 4일 1순위, 5일 2순위 접수로 진행되며, 당첨자는 12일 발표된다. 정당계약은 23~26일, 계약금은 분양가의 10%다. 재당첨제한은 10년, 전매제한은 3년, 실거주 의무기간은 5년이다.
전문가 “분양가 메리트 있지만 입지 냉정히 따져야”
전문가들은 고덕강일 대성베르힐의 분양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입지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짚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고덕강일 대성베르힐의 매력과 한계는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고 있다"며 "주소는 서울이지만 생활 환경은 사실상 하남에 의존하는 이 지역 특성을 이해하고 청약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은평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며 "앞으로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등으로 분양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어 높은 경쟁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