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주택경제신문 DB]


‘원수에게 권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부당한 공사비 증액과 불공정 계약 조항에 시달리면서, 애써 마련한 내 집 마련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공정위·권익위·지자체·한국부동산원·HUG 등과 합동으로 8개 지역주택조합을 점검한 결과, 곳곳에서 이런 문제가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일부 건설사는 낮은 공사비로 시공권을 확보한 뒤, 설계 변경이나 단순 물가 상승을 이유로 추가 부담을 요구했다. 애초 계약에 빠뜨린 공정을 뒤늦게 반영하며 비용을 올려 달라는 경우도 적발됐다.

계약서 역시 조합원들에게 불리했다. 조사 대상 전 조합에서 탈퇴 시 납부한 업무대행비 환불을 금지했고, 일부는 손해배상 책임을 배제하거나 특정 법원만을 관할로 지정하는 불공정 조항까지 포함시켰다.

실태조사 결과는 심각했다. 전국 618개 조합 중 점검을 마친 396곳 가운데 252곳에서 총 641건의 위법 사례가 드러났다. 사업 현황 미공개, 허위·과장 광고로 조합원을 모집한 사례가 대표적이며, 이 중 70건은 형사 고발로 이어진다.

국토부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공사비 갈등을 조정하고, HUG 보증 규정을 손질해 일부 사업 정상화를 유도하고 있다. 또 연내 제도 개선안을 내놓아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조합원 피해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역주택조합의 부실 관리와 불공정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며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선량한 조합원들이 더 이상 ‘원수에게 권한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내뱉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